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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문사 비전 중건상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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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龍門寺碑殿重建上樑文 조성인 동고東皐 시대(년도) 1846년 정월 보름

 

				대저 진여법眞如法 상으로는 천지조차 비로소 개벽開闢한 것이거늘 어찌 깃들일만한 연옥煙屋이 있겠는가? 원각도량圓覺道場 안에서는 해와 달도 이제 겨우 밝은 것이니 본디 따로 설치한 감원紺園이39) 있지도않다네. 그러나 수닷타(Sudatta) 장자長者가 기원정사祇園精舍를 황금으로 덮고 후한後漢의 명제明帝가 홍려시에 승려들을 머물게 함에 이르게 되고, 나아가 천방만국千邦萬國(수많은 나라)의 찰간刹竿들 이 서로 바라다 보이고 구천십지九天十地(온 세상)에 종소리 풍경소리가 서로 들리게 되자, 진리의 해[慧日] 가 팔우八寓에 빛나 사바세계裟婆世界에는 한 조각 어두운 곳도 없게 되었고 자비의 구름[慈雲]이 삼천 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뒤덮어 남섬부주南贍部洲에는 십념정토十念淨土가 있게 되었다네. 이 소백산 용문사는 두운杜雲스님의 높은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자 예천의 신령스런 근원이 비롯되는 곳이니, 과거의 10륜겁十輪劫동안 청정한 도량이었고 현재의 사부대중四部大衆이 옹호하는 법계法界라 네. 태조太祖왕건王建은 남쪽을 원정할 때 뇌우속에서 신령스런 이적을 체험했으며 행법사幸法師는 동쪽을 바라보고 그림 속에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점지하였으니, 성스런 가르침[聖敎: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펼칠 그윽한 조짐[冥讖]을 받게 되었고 산천의 기맥氣脈을 진압하는 윤장전輪藏殿이 있게 되었다네. 벌집 같은 건물들이 바둑돌처럼 늘어서고 아름다운 전각들이 꿩의 깃처럼 화려하게 솟았을 때, 이 암자 또 한 그러한 때에 창건되었다네. 사적寺蹟의 신령스런 이적이나 드러난 사실 숨겨진 일은 실로『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에 실려 있고, 인물들의 모이고 흩어짐, 흥함과 쇠퇴함은 읍지邑誌에서 구해 볼 수 있다네. 그런데 을사년乙巳年(1845) 12월, 병정동자丙丁童子가 바람을 일으켜 아름다운 사찰은 처참한 잿더미가 되었으니, 잔혹한 불길[丁女]에 무너진 절집의51) 폐허를 차마 어찌 보겠는가! 다만 머리를 태우고 이마를 데면서 불을 끄는 은혜만을 알았을 뿐, 구들을 굽게 만들고 섶을 옮겨 화재를 예방하는 교훈[曲 突徙薪之誡]을 지키지 못하여서라네. 이때 은허대사隱虛大師, 부열장로富悅長老가 있었으니, 이들은 모두 산문山門의 덕 있는 분들이었네. 눈을 닦고 간절한 마음으로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사방 먼 곳에서 갖가지로 모연募緣하였으며, 팔을 걷어붙이고 용기를 내어 옛 건물을 복구하기 위해 집집에서 많은 보시布施를 구하였네. 안개 낀 마을 비 오는 고을에서 몇 번이나 물외物外에 노닐던 무릎을 굽혔던가, 산의 남쪽 물의 북쪽에서 자주 손 안의 지팡이를 꺾었다네.많을 때는 섬[甬]과 렵을 사양하지 않았으며, 적더라도 한 되 한 말도 거절하지 않았다네. 이에 장인匠人을 모으고 좋은 날을 받아 나무를 다듬어 재목을 만들고 흙을 구워 기와를 만들었네. 옛 모습을 바꾸느라 기둥과 주춧돌을 옮기는 번거로움을 겪었으며, 새로운 규모 갖추었으되 신령한 물건의 아름다운 법도를 수고롭게 하지 않았네. 오늘의 모습 예전과 비교하면 그 크고 아름다움 여러 갑절 뛰어나고,51) 지난 시절 이끌어서 지금 모습 비겨보면 넉넉하게 밝고 높네. 좌 우의 당우堂宇들은 나래를 편 듯하고, 안팎의 낭무들은 먹 줄처럼 반듯하네. 높고 웅장하며 화려하고 기이해서 은은하게 죽림원竹林院이 백로지白鷺池 곁에 환상처럼 솟은 듯하고, 멀리 바라보고 가까이 살펴보면 급고독원給孤獨園이 아련하게 사위성舍衛城안에 세워진 듯하네. 얼마나 절의 모습 바뀌었나? 눈에 닿는 모습마다 갑절이나 아름답네. 이제 육위의 노래를 불러 긴 들보를 들어올리네.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지니, 가잠산柯岑山뾰족뾰족 하늘에 닿았고 저 멀리 푸른 바다 부상扶桑57) 너머로 보이며, 구름은 뭉게뭉게 만리에 통하였네.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지니, 비봉산飛鳳山은 높아서 새벽빛 이 엷은데 복된 땅 동쪽 끝 일 생각하니, 선재동자善財童子거듭세번예배 하네.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지니, 사불산四佛山바람 연기 어지 럽게 흩어지고 밤마다 처마 끝에 달빛이 비쳐들며, 때로는 쓸쓸히 섬계剡溪를 지나누나.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니, 부동여래께 예배할 수 있나니 앞 골목 뒷밭에는 격양가擊壤歌가득해서, 태평한 세상이요 근 심 없는 나라로세. 어영차 들보를 위쪽으로 던지니, 머리 돌려 우러르니 은하수 물 결인데 북극성과 남극성 제자리를 지키니, 혼연히 하늘 이치 가슴 속에 담겨 오네.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지니, 천촌만락千村萬落집집마다 보시 를 베풀어서 먼 훗날 천당天堂에서 즐거움 누릴 때는, 모든 남녀 낱낱이 이인연 때문이리. 엎드려 원하옵건대, 상량上樑한 이후로는 집에는 동량棟樑같은 주인 있어 선리禪理를 규찰糾察하고 당우마다 용상龍象같은 동료들 모여 교법敎法을 드날리며, 위로는임금님이 장수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평안하고 복되게 하여지이다. 병오丙午(1846)년 정월 보름[燈夕] 대운사문大雲沙門동고東皐삼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