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용문산 창기사 응진전 상량문
명산에 이적異蹟모여 바위 벼랑에는 법사法師가 석장錫杖을 세웠던 자취가 남아 있고, 법전法殿에는 향 사
르고 촛불 타올라 육시六時에 여러 성인들께 예배할 일 갖춰졌네.
언덕과 골짜기 뒤바뀌어도 카필라의 지혜의 달[慧月]은 길이 빛나고, 겁화劫火가 날릴지라도 여래如來의
지혜의 해[智日]는 언제나 비추네.
신령한 이적 이미 여러 성인들께 현저하고, (절을) 보호한 일 또한 중생들에게 자자하네.
창기사昌基寺가 처음 일어날 때 돌이켜 보니, 고려 임금 때부터 성대盛代가 되었다네.
보배로운 감실에 모신 여러 성인들의 모습 천지와 더불어 나란히 빛나고, 두 기둥 사이에서 올리는 성대한
예물 제왕과 같은 흠향을 누리네.
대개 그들이 널리 중생을 구제한 공덕이 있으니, 이 때문에 지극한 존경을 받는다네.
천주산天柱山은 서쪽에 우뚝하여 영취산靈鷲山한 봉우리가 날아온 듯하고, 태백산太白山은 동쪽을 가로막
아 의상대사義湘大師의4) 법실法室이 이웃일세.
마침 인연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의논함을 마주하고, 나라에는 상서로움 넘치는 때를 만나전성前星이 북쪽에서 거듭 빛나니 이미 태를 갈무리하는 태실胎室이 설치되었고, 좌해左海에서 십승지지十勝之地를 가려‘太門山’이라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네.
법우法宇가 너무 태실에서 가깝다 하여 임금의 명을 받아 동쪽으로 옮겼네.
삼포련三抱蓮오봉각五鳳角은 산의 구름 끌어당겨 나래 편 듯하고, 여러 칸 전각 여덟 기둥 건물은 바다를
베고 예전보다 크게 자리잡았네.
우담발화優曇跋華꽃을 모아 기와를 만들었고, 무지개를 걸어 들보로 삼았으니 그 모습 의연히 영은궁靈隱宮과 흡사하고 적호전赤湖殿과 방불하네.
하늘 높고 땅 멀 듯이 억만년토록 불법佛法은 영원하고, 비바람 순조로워 수천리 나라 안은 평안하리.
코끼리 같고 용 같은 수행자들 분분히 모여들고, 날랜 매 굳센 새매 같은 스님네들 차례로 찾아오리.
긴 들보 들어올리는 일 돕기 위해 육위의 노래를 펼치노라.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지니, 학가산鶴駕山청량산淸凉山이 눈앞에 있네.웃으며 동해 밖의 부상扶桑을 바라보니, 금계金鷄가 울어서 붉은 해를 보내오네.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지니, 주흘산主屹山산마루에 봄날의 해가 서쪽으로 걸렸어라.
조도鳥道에는 백년 동안 전쟁이 끊겼으니, 알겠어라, 그 공덕이
섬 오랑캐 눌렀음을!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지니, 사벌국沙伐國의 부귀영화 푸
릇한 이내로 떠있구나.
여래如來의 진실한 뜻 깨달으면, 남쪽 향해 맑게 앉아 부처님 도
량 안정시키리.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니, 뭇 별들 찬란하게 북두성北斗星
을 에워쌌네.
저 멀리 바라보네, 어느 곳이 장안長安인가? 흐릿한 봄산에는 푸
른빛이 떠있구나.
어영차 들보를 위쪽으로 던지니, 하늘과 땅, 해와 달은 언제나 크
게 밝구나.
소매 속 한 통의 글을 아뢰어서, 남김없이 창생蒼生에게 베풀어
재앙을 물리치네.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지니, 조계曹溪의 한 방울 물 구계九溪
로 쏟아지네.
예불하는 등불이 만 그루 숲 속에서 밝으니, 신선과 도사들이 서
로 마중 나오네.
엎드려 원하옵건대, 상량한 뒤로는 태평성대 변치 않고 불일佛日
은 길이 빛나며, 산천은 천지와 더불어 무너지지 않고 당우堂宇
들은 비석과 함께 손상되지 않으며, 팔부신중八部神衆이 옹호
하여 영원히 깨달음의 도량[菩提道場]은 청정하고, 여섯 가지로
화합하는 대중은 다투어 나아가 함께 연화법회에 참여
하게 하여지이다.
건륭乾隆50년 을사乙巳(1785) 3월 15일 오시午時도감都監겸
화주化主극초克初∙태화泰華, 별좌別座채매彩梅, 화사化士달화
達和∙시운時云등이 상량하다.
예천 용문산 창기사 응진전 상량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