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속세의 티끌 씻어내니 아, 이 누각의 바람 드는 기둥 달빛 비치는 문은 비할 바 없고, 자운慈雲이 신령한 세계를 보호하니 참으로 이번 일에 별 뜨고 해 돋듯 새로움이 있나니, 오늘을 기다렸던가?
이전보다 더욱 빛나누나.
무릇 이 자운루慈雲樓는 범종각泛鐘閣의 왼쪽, 대장전大藏殿의 앞에 있으니, 장대하고 미려한 볼품은 비록
취원루聚遠樓에양보할지라도크고우뚝함은조양루朝陽樓에손색이없으리라.
두운대사杜雲大師절을 짓고 처음 경영한 때로부터 몇 번이나 무너지고 몇 차례나 다시 섰던가? 언彦스님
뒤를 이어 개척하여 집자리를 정하기까지 해가 가고 세대가 흘렀네.
명봉산鳴鳳山, 가학산駕鶴山등 여러 산은 왼편에서 허리 숙이며 얼굴을 가지런히 했고, 삼승산三乘山, 사불
산四佛山등 뭇 산은 오른편에서 읍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했네.
우러러 난간의 기둥에 기대면 28천天을 올려다볼 수 있고, 구부려 숲 그늘 보면 삼천대지三千大地가 그 안
에있네.
시인[騷人] 묵객墨客들이 노닐어 여주驪珠가 100곡斛이나 남아 있고, 글 잘하는 스님 신이한 승려들이 지나 가녹경鹿經이 한 묶음일세. 경쇠[磬子]와 바라羅를 울리고 목어木魚를 두드려 재계齋戒하여 천도薦度하는 자리를 베풀고, 종과 북을 울리고 묘법연화경妙法華經을외워시식施食하는 단壇을 펼치네. 중국의 남쪽에 있는 저 영은사靈隱隱寺의 범일루梵日樓또한 이와 같은가?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가야사伽耶 寺의 해월루海月樓는 또 과연 이 같은지 알 수 없구나. 제운루齊雲樓나 낙성루락落星樓가 높았으나 지난 자취는 소홍巢紅하고, 정간루井幹樓나 여초루麗초樓가15) 장 려하였으나 뒷날의 모습은 조록雕綠되었네.16) 계림鷄林에서 세상을 다스리던 시절 몇 군데나 누대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연운燕雲이혁명革命하던 무렵 에 이곳에 백 칸 건물을 세웠다네. 이태수李太守의 빛나는 편액扁額이 문미門楣에 남아 있고, 인상인印上人의 법명法名이 마룻대의 구멍에 갈 무리되어 있네.2대, 3대, 나아가 만년토록 이어갈 사람 누구인가? 만든 이들 대서특서大書特書하여 글에다 올리노라.
태화太和∙극초克初는 일을 주관한 스님이요, 달화達和∙시운時雲은모연募緣한 수행자들이라네.
보리菩提의 열매 맺기를 생각하여 다함께 착한 마음 일으켰고,
공상空桑에 업을 이루기를 기약해 모두들 큰 계획을 세웠다네.
서원을 발해 다함께 영산靈山의 전우殿宇세우기를 도모하여,
이에 만세토록 이어질 건물을 중건하여 새롭게 하였네.
난간과 서까래, 기둥과 들보는 법도에 맞으니 장인들이 공을 들였으며, 벽돌과 기와, 흙과 흙손이 함께 모였으니 스님네들 힘을들였네.
날짜를 꼽으며 계획하니 산악의 신들도 기뻐하였으며, 달을 넘겨 이룩하니 시골 노파 촌 늙은이도 축하하였네.
이에, 기둥머리의 아름다운 그림은 지난 시절의 모양과 같았으며, 마룻대의 고운 단청은 다가올 미래의 인연을 드리웠네.
그 모습이 환하게 빛나니 누가 뛰어난 볼거리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탄식할 것이며, 규모가 갖추어졌으니 무엇이 또한 별세계에 모자람이 있겠는가.
꿈틀꿈틀 백 척尺아래서 나는 것은 용이며, 훨훨 허공 가운데 솟아오르는 것은 봉황이로세.
뒷사람이 이어받고 다시 뒷사람들로 하여금 이어받도록 하여 무궁하기를 기약하고, 지난날 수리한 사람들 또한 더 지난날 수리한 사람들을 위해 닳아 없어지지 않기를 하네.17)
아아, 성대한 일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거니, 위대한 업적 스러지지 않으리.
서천西天교화의 태양 길이 비춰 억만년 영원토록 기약하고, 우리 동방의 도량 더욱 훌륭하리 아, 그대들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이여!
이에 짧은 노래를 펼쳐 긴 들보 들어올림 도우리라.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지니, 손가락 가리키는 바로 저곳 상서로운 놀[瑞靄]이 자욱해라
푸른 유리빛 하늘꽃 피는 커다란 세계에, 선가禪家의 모범이 무궁토록 드리우리.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지니, 까치는 저무는 법당에 앉아 깍깍 우는데
석장錫杖날려 길 가던 이 불자拂子를 멈추니, 누각 머리에 사자 그림자 길게 드리웠네.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지니, 꿩 울음 한 소리는 원각圓覺을 노래하네.
시주들 심은 선업善業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적혔으니, 나중에 오는 누구든 분명하여 모르지 않으리.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니, 십만억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이여
지옥과 천당은 털끝 하나 차이이니, 누각 앞의 첨석尖石으로 안팎이 정해진다오.
어영차 들보를 위쪽으로 던지니, 대덕들께 묻노니 서쪽에서 전해온 부처님 의발衣鉢삼천대천세계 밖에까지 영원토록 빛나니, 서까래 사이에 걸린 이 현판에 보이네.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지니, 층을 이룬 높은 누각 옥 같은 정자를 마주대했네 만화蔓花가 다시 피어 남다른 믿음생겨 불이문不二門앞에는 자고새가 쌍으로 나네.
팔부신중이항상보호하여법상法像은영원토록온전하리.
올라서 조감하는 경치가 어찌 연꽃의 풍성한 꽃뿐이랴, 즐기고 읊조리는 뛰어난 모습은 단풍잎의 울긋불긋함에도 있다네.
건륭乾隆50년 을사乙巳(1785) 3월 초사흘 사시巳時도감都監 비구 태화泰和∙극초克初, 화주化主비구 달화達和∙시운時雲등이 상량하다.
예천 용문산 창기사 만세루 상량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