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행의 요체
바른 수행의 요체(要諦) - 사이비 정(定)과 수행 ·정(定)의 경계가 아닌 것 ·세간정(世間定), 비세간정(非世間定) ·유심(有心)과 무심(無心) ·여섯 무심지(六位無心地) ·무여열반(無餘涅槃)과 유여열반(有餘涅槃) ·정(定)의 경계가 아닌 것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의 비삼마사다지(非三魔 多地)를 계속 강의하기로 한다. 우리는 먼저 어떠한 것이 정(定)의 경계가 아니냐 하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정(定)의 경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먼저 번에는 “날아갈 듯한 편안함(輕安)이 없고 (업의 씨앗을) 배양하고 구르게(轉)하는 까닭에 정(定)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어떤 경계가 되어야 날아갈 듯 편안해 지는가? 쫑카파대사의 말에 따르자면 머리 정수리에 청량감이 들 때가 바로 경안(輕安)의 전주곡이다. 청량감이 머리끝부터 전신에 좍 내려오는 것 역시 경안의 조짐이다. 어떤 종파에서 수행을 하든지 간에 이 현상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위에서부터 밑으로 내려가는 경안은 쉽게 없어지거나 때로는 아주 흔적을 감추어 버린다. 한편 발바닥 가운데에서부터 일어나는 기운은 밑에서부터 위로 치솟아 올라오는데, 이러한 경안은 쉽게 소실되지 않는다. 이것은 도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임독(任督) 양맥이 통한 것이며, 밀종에서는 좌우의 맥이 통했다고 한다. 경안(輕安)은 어떤 상태인가? 신체의 느낌에 무겁고 거친(粗重)장애가 없고, 몸이 있다는 감수작용까지도 없다. 언제 어디에서도 장애가 없이 깃털처럼 가볍다. 마치 갓난아기가 한 곳에 누워서 자신의 몸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 경안(輕安)의 경계는 도가 및 밀종의 모든 기맥학(氣脈學)에 공통된다. “혹은 구도심(求道心)을 발하지 않는 까닭으로 정(定)의 경계가 아니라고 부른다. 애욕(愛慾)은 모든 욕망가운데 특히 뿌리 깊은 염착(染着)을 일으키지만, 그럼에도 항상 그것을 받아들인다(或有不發趣故, 名非定地. 謂愛欲者, 於諸欲中, 深生染着, 而常受用).” 득정(得定)이 되지 않는 다른 원인은 수도를 통하여 증과하고자 하는 진지한 결심이 원천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해서 구도심이 없는 사람은 정(定)의 경계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수도를 단지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겨 가볍게 즐긴다. 진정한 수행인은 수행을 생활의 전부로 삼는다. 모든 일상생활은 수행의 부수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는 전혀 상반된다. 인간세상의 부귀와 공명은 빠짐없이 다 구하면서도 그것도 부족하여 마지막에는 성불까지도 원한다. 이 얼마나 큰 탐심인가?! 그러니 만사를 내려 좋고 수행에만 전념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보리심을 발하지 않고서는 증도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애욕(愛慾)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세속생활을 벗어나고자 하는 출리심(出離心)이 없기 때문이다. 애욕은 좁은 의미에서는 남녀간의 애정을 가리키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명예를 좋아하고 이익됨을 좋아하고 남에게 공대 받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기호와 습성들이 포함된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평상시 생활습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승화시키지 못한다. 청정을 사랑하고 청결을 사랑하는 것 등도 역시 모두 기호에 속한다. 기호는 참으로 많기도 하다! 우리는 수행을 하면서 항시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심생염착(深生染着)”이 의미하는 바가 보통 끈질긴 집착이 아닌 줄 알게 된다. 이것은 스스로 찾아내기가 힘들다. 언제 어디서고 자신의 병통을 조사하여 찾아 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일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수행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평생동안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를 관리하고 자기를 검사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란 원래 자기 자신을 잘 조사하려고 들지 않는다. 말은 얼마나 쉬운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는 쉽게 관용을 베푼다. 여간해서 자신에게 엄격한 요구를 하지 않는 법이다. 뿌리 깊은 집착이 생긴다는 “심생(深生)” 두 글자에 주의하기 바란다. 문제는 아주 뿌리 깊은 집착(染着)이 일어나지만 사람들이 이것을 정당하다고 여긴다는데 있다. 청정을 탐애하고 깨끗함을 좋아하는 대승의 입장 역시 욕(欲)이며, 도(道)를 좋아함도 역시 마찬가지다. 좋아한다는 “호(好)”자는 본질상 애욕의 한 종류라고 파악하면 틀림이 없다. “혹은 지극히 산란한 까닭에 정(定)의 경계라고 부르지 않는다. 처음으로 정(定)을 닦는 이들은 묘한 오욕(五欲)에 마음이 흩어져 버린다.(或有極散亂故, 名非定地. 謂初修定者, 於妙五欲, 心隨流散)” 또 한가지는 마음이 극히 산란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다. “초수정자(初修定者)”란 초선의 공부가 아직 미흡한 사람을 가리킨다.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묘한 오욕(妙五欲)”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 한가지는 세간의 오욕으로서 빛깔(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에 대한 집착으로 이것들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 의심 및 교만심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눈은 좋은 것만 보려하고 귀는 듣기 좋은 것만을 들으려고 한다. 다른 한가지는 내재적인 것이다. 즉 공부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공부의 경계 상에 보기 좋은 것, 즐기기 좋은 것들이 등장한다. 일단 마음이 그 어떤 것에라도 탐착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함께 유전(流轉)한다. 이렇게 되면 득정(得定)이 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한참 앉아 있다보면 빛을 보거나 혹은 다른 어떤 경계를 보고나서는 곧 탐착하여 그것을 즐긴다. 이래서는 득정이 되지를 않는다. “혹은 지나치게 간략하게 취급하는 까닭에 정(定)의 경지가 아니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정(定)을 닦는 사람들은 간략하게 넘어가는 마음 때문에 혼미한 상태에 의해 가려진다.(或有太略聚故, 名非定地. 謂初修定者, 於內略心, 睡所蔽)” 어떤 이들은 간략한 것을 좋아한다. 특히 중국인들의 개성은 무엇이든지 간명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유식학(唯識學)은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식학은 조금 접하다보면 골치가 아파지게 마련이다. 유식학은 과학이며 논리학이며 또한 그 분석은 극히 정밀하다. 그러기에 우리들 중국인들은 별로 좋아하지를 않는다. 중국인들이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선종(禪宗)이다. 어떤 문자나 언어도 필요 없이 그저 복숭아꽃을 보고 단박에 도를 깨치는 그런 단순한 것이 좋다. 복잡한 것이 싫은 것이다. 따라서 분석하고 연구하려 들지를 않으니 쉽게 혼침에 빠지거나 잠이 든다. 다시 말하여 우리는 좌선할 때 왕왕 미묘한 혼침상태를 정(定)의 경계라고 단정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정말 큰일 날 일이다. “혹은 정에 대한 증득이 없는 까닭으로 정(定)의 경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정(定)을 닦는 초보자가 비록 산란하고 간략히 여기는 마음이 없이 내심이 소란스럽지 않다고 하더라도 모든 작의(作意)를 얻지 못했기에 그 마음상태를 정(定)이라고 하지 않는다.(或有未證得故, 名非定地. 謂初修定者, 雖無散亂, 及以略聚, 女堯惱其心, 然猶未得諸作意故, 諸心心所, 不名爲定.)”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어떤 이들은 실지로 정(定)의 경계를 증해 본 적이 없다. 정(定)이 도대체 어떠한 것인지 전혀 경험해 본 바 없다. 그러기에 그는 득정(得定)할 수 없고 견지(見地) 역시 명확하지 못하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정(定)을 닦기 시작한 초보자들이 앉은 자리에서 산란하지도 않고, 혼침도 없고 간략하게 지나치지도 않고, 흐리멍텅하지도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지도 않는다고 하더라도 작의(作意)의 면에서는 조금도 이룬 것이 없다. 작의(作意)란 무엇인가? 먼저 보편적인 작의(作意)를 본다면, 이것은 “오변행(五遍行)” 가운데의 하나로서 여덟 개의 식(識) 안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아뢰야식이 청정한 광명의 대원경지(大圓鏡智)로 전환하지 않는 한, 작의(作意)는 언제고 떠나지 않은 채 있다. 앞의 일곱 개의 식은 곧 제8식의 작의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서 여덟 개의 식(識)은 모두 마음이 의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의(意)라는 글자는 제6의식의 범위를 제외하고도, 앞의 오식(五識), 제6식, 제7식 내지 제8식까지 포함하여 모두 “의(意)”의 범위 내에 있다. 이것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작의(作意)이다. 두 번째의 작의는 도를 깨친 이후의 “의생신(意生身)”의 작의이다. 그러므로 달마조사께서는 능가경(楞伽經)으로 마음에 각인 시켰고, 재삼 강조하시기를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는 의생신을 얻어야만 비로소 증과(證果)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의생신(意生身)”이란 무엇인가? 유가사지론 내에서 이미 말한 바 있다. 우선 범부의 육체 역시 의생신(意生身)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마음이 일단 절망에 빠지면 우리의 한 가닥 목숨도 시들게 된다. 우리가 현재 살아있는 주요한 요인은 정신적 생명이 우리의 육체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정신적 생명이 바로 의도로부터 생겨난 몸이다. 범부의 육체는 곧 의생신(意生身)이다. 이 도리를 이해하면 좀 더 진일보하여 말할 수 있다. 즉 도를 깨친 사람들은 성인(聖人)의 의생신을 조성하여 몸밖에도 몸을 나툴 수 있으며, 심지어 백천만억의 화신(化身)까지도 나툴 수 있다. 이런 것은 모두 의(意)의 작용이다. 정(定)을 닦는 사람들은 제일 첫 단계로 작의(作意)를 지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나무아미타불” 한마디를 염송할 때, 이것은 우리가 의도(意圖)를 내어 그렇게 염송한 것이다. 이 의도는 단순히 제6의식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설령 제6의식에 잡념이 없다고 하더라도 선정(禪宗)에서 말하는 삼제탁공(三際托空)의 목전의 비워진 경계는 의도에 의해 조성된 마음 곧 작의(作意)이다. 그렇다면 그 공의 경계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곧 그 공(空)을 갖고 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뒤이어 몇 가지 변행(遍行)이 잇달아 생겨난다. 즉 촉(觸), 수(受), 상(想), 사(思) 등을 말한다. 몸에서 기(氣)가 동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바로 생각(想)이다. 그러기에 오변행은 어디에도 모두 자리잡고 있다고 보겠다. 어떻게 공(空)을 말할 수 있겠는가! 유식학은 이를 이론적으로 명쾌하게 분석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공(空)만에 사로잡힌다면 이것은 사실 너무 모호하고 막연하다. 장래에 정작 생사문제가 닥치거나 혹은 증과를 구하고자 할 때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늘날의 젋은이들은 밀종이라든가 기맥에 열광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아무리 골몰해 봤자 결국에는 정신을 갖고 노는 것이다. 큰 망상을 갖고 노는데 불과하다. 기맥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말법시대가 되면 두 가지 법문인 밀종과 정토종이 가장 크게 유행하리라고 일찌거니 예언하셨다. 현명한 사람들은 부처님의 이 예언을 듣자마자 즉각 두 법문이 우스개가 아니고 확실히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음에 경각심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결코 현재 일반인들이 두 법문에 매달려 있는 그런 이유는 아니다. 예를 들어 약 반시간정도 가부좌할 수 있는 사람이 세시간 정도 더 앉아 있어보자고 의도하지만(作意), 그것이 과연 되는가? 마음처럼 되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작의(作意)를 강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에서 “정(定)이 아닌 경계”를 살펴보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해 보았다. 즉 산란에 빠지지 않으면 혼침에 떨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간략히 취급하는 상태에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作意)를 전일(專一)하게 만들지 못한다. 예를 들어 도가의 수행자, 혹은 정토종 내지 밀종의 수행자에게 백의관음께서 눈앞에 꼼짝 않고 계시는 모습을 관상케 한다면 그가 이 작의를 해 낼 수 있다고 보는가? 못해내는 것은 바로 마음이 산란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들이나 최면술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것이 가능하다. 작의(作意)란 쉽게 말해 바로 주의(注意)다. 지관(止觀)을 닦고 정(定)을 닦는 첫관문으로서 작의(作意)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어느 이는 선(禪)과 정토종을 아울러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일념을 아미타불에 집중한 채 계속하여 마음과 마음, 염과 염이 산란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해낼 수 있겠는가? 선종에서는 과거에 화두를 썼다. 이치에 맞지 않는 문제를 화두로 들고는 이를 참구하여 타파하도록 하였으니, 참구를 통하여 바로 오변행(五遍行)에서의 “상(想)”과 “사(思)”를 봉쇄해 놓았던 것이다. 화두가 타파되지 않으면 이 화두를 붙잡고 늘어지되, 결코 한시도 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었다. 이것은 바로 자연적인 사마타 수행(止)이었던 것이다! 촉(觸)과 수(受) 역시 꼼짝 못하게 묶어 놓고 한편으로 의정(疑情)을 놓지 않은 채 정(定)의 경계 중에 있으니 곧 정(定)과 혜(慧)를 함께 닦는 정혜쌍수의 법문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선인들께서 화두법을 쓴 것은 곧 작의(作意)라고 볼 수 있다. 색수상행식을 모두 봉쇄해둔 채 작의가 굳건해지므로 해서 비로소 사마타(止)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는 다르다. 현대인들은 전부 내려놓아야 한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너무 스트레스가 많다. 천가지 만가지 연(緣)을 내려만 놓을 수 있다면 그렇게 편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편안함이 곧 도(道)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 또한 일종의 작의(作意)다. 이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 뿐이다. 그러나 항구적으로 그 공(空)을 유지하고 가뿐하게 살아가는 가운데에도 작의(作意)가 있는가 없는가? 만약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定)이라고 할 수 없다. “제심심소(諸心心所)”라 함은 마음, 탐·진·치 등의 심리행위를 포함한 망상, 51종의 그대의 마음 전체를 말한다. 만약 이런 마음의 요소들이 조금도 변화되지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 정(定)을 얻을 수 있겠는가? 쉽게 말해서 다리를 접고 앉아서 엄숙하게 도를 닦는 겉모양은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내면으로는 탐·진·치 등에 의해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져 있다. 그러기에 근본번뇌와 수번뇌(隨煩惱)가 끊임없이 오게끔 되어있다. 다시 말하지만 정(定)을 닦는 첫걸음은 작의(作意)가 되어야만 사마타(止)를 얻을 수 있다. 도가의 수규(守竅), 밀종의 관상(觀想), 정토종의 염불 및 선종의 참선 등은 모두 다 작의(作意)의 원리인 것이다. 제6의식이 어느 한 경계를 견고하게 형성한 이후에야 비로소 사마타(止)는 성취된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에서는, 사가행(四加行)과 작의(作意)를 수행할 때 마음이 전일(專一)하게 되지 않으면 정(定)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그대가 닦는 정(定)이 공(空)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일체의 망념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 망념들을 지켜보면서 종내 이 작의(作意)를 전일(專一)하게 한다면 이 역시 득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태는 변질된다. 여기에서는 오직 정(定)의 수행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견지(見地)는 별개의 문제다. “혹은 원만하게 되지 못한 까닭에 정(定)의 경계라고 하지 않는다. 비록 작의(作意)는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행(加行)의 최종 단계와 그에 따르는 과(果)를 증득하지 못하였기에 정(定)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或有未圓滿故, 名非定地. 謂雖有作意, 然未證得加行究竟及彼果故, 不名爲定.)” 다시 진일보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비록 작의(作意)를 하더라도 예를 들어 염불을 하면서 거의 일심불란의 경지에 도달하더라도 아직까지 사가행(四加行)은 증득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해 육체의 기맥(氣脈)이 완벽하게 변화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는 상태다. 일체가 전화(轉化)되지 못했으니 사가행(四加行)의 효력은 한가지도 볼 수 없다. 병 역시 그대로 병으로 남아 있다. 물론 이것은 그대의 심지법문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이 몸의 4대 역시 마음의 일부분이며 이왕 마음의 전화(轉化)가 가능한 이상 왜 4대는 전화시킬 수 없겠는가? 능엄경에서는 “육신과 외부의 산하대지 및 대지까지도 모두 묘명진심(妙明眞心) 가운데의 물(物)임을 모른다”고 하였다. 몸을 전화시키지 못한 마당에 득정(得定)이 되었다고 말하겠는가? 그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말이 아닌가? 가행의 종착점은 따뜻함(煖), 정(頂), 참음(忍) 및 세제일법(世第一法)이며, 이것들을 증득함이 없이는 4대와 기맥의 변화가 종착지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기에 정(定)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깨달음을 얻은 수많은 대선사들은 거의 다 임종에 즈음하여 병의 시달림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원대(元代)의 고봉묘(高峰妙)대선사도 마지막 순간까지 위병으로 괴로워하다가 세상을 하직하였다. 물론 수많은 대사들처럼 그 역시 통증이라든가, 생사라든가, 좌탈입망(坐脫立亡)같은 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불교의 이치로서 볼 것 같으면, 그들은 “가행의 최종 단계와 그에 따르는 과(果)를 증득하지 못하였기에(…未證得加行究竟及彼果故…)” 구경의 정(定)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 원만한 법(法)을 증득한 것은 아니며 단지 법신(法身)만을 깨달음으로 얻었을 뿐이다. 이런 분들은 중음신(中陰身)이 될 때를 기다려 재차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중음신으로서의 성취가 이론상으로 있기는 있지만 실지로 어떠한지는 우리들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혹은 어지러이 번민에 오염되어 있는 까닭에 정(定)의 경지라고 하지 않는다. 비록 가행의 최종단계와 그에 따르는 과(果) 내지 작의(作意)를 증득하였지만 여러 종류의 욕망에 미혹되어 마음이 오염되어 있다.(或有雜染汚故, 名非定地. 謂雖證得加行究竟果作意, 然爲種種愛味等惑染汚其心.)” 이 구절 역시 정(定)의 경계가 아닌 상황을 설명하고 비평하고 있다. 이제 사가행의 구경을 증득하고 기맥이 전화되어 수행공부가 방광(放光)을 하고 땅이 진동될 정도가 되었다. 작의(作意)도 증득되었고 양신(陽神) 내지 음신(陰神)도 성취되었으니 일반인들이 볼 때 그는 틀림없이 활불(活佛)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분 애욕이 남아 본심(本心)의 청정 광명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렇게 애욕에 의해 청정이 오염되어 도인(道人)의 앞길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면 이것은 아직도 구경(究竟)이 아니다. 선법(善法)이 오염되는 것 역시 구경이 아니다. “혹은 자재하지 못한 점이 있는 까닭에 정(定)의 경계라고 하지 않는다. 이미 가행의 최종 단계와 그에 따르는 과(果) 내지 작의(作意)를 얻고, 그 마음 또한 번뇌와 오염이 없지만, 입정(入定)하고, 정에 머무르고, 출정(出定)하는 모든 정(定)의 상(相)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하고픈 바를 따르지 못하고 어려움과 껄끄러움을 겪는다.(或有不自在故, 名非定地. 謂雖已得加行究竟果作意, 其心亦無煩惱染汚, 然於入住出諸定相中未得自在, 未隨所欲, 梗澁艱難.)” 비록 가행의 구경과(究竟果)와 작의(作意), 내지 심신이 분화되어 이탈할 수 있는 경지를 증득하였고, 마음에 번뇌도 없게 되었지만, 공부의 경계와 번뇌는 사실 전혀 다른 일이다. 심리적인 번뇌와 오염은 실로 해탈하기가 쉽지 않다. 결가부좌하고 앉아 공부가 좀 익숙해지고 불교의 도리를 좀 알게되었다고 해서 불교공부가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저 자아도취일 따름이다. 그러나 입정(入定)을 하거나 혹은 출정(出定)을 하거나 또는 그냥 정에 머무르거나(住定)하는 매 정황에서 자신이 주인 노릇을 못하고 그저 “눈 먼 고양이가 죽은 쥐를 잡듯”한다면 그러한 정(定)은 결코 구경이 못 된다. 구경에 이른 ‘정의 상(定相)’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완벽하게 입정과 출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자유자재하지 못하여 때로는 공부가 맞고 때로는 틀리는 그러한 어려움과 껄끄러운 경우를 겪는다면 이 역시 정(定)이라고 할 수 없다.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에도 주인 노릇을 못한다면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섰을 때는 더 더욱 못하게 된다. 특히 연세가 많이 든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세간정(世間定) 비세간정(非世間定) “혹은 청정하지 못한 까닭으로 정(定)의 경계가 아니라고 한다. 비록 자유자재하여 마음내키는 대로 어려움도 없고 껄끄러움도 없지만 그러나 오직 세간정(世間定)만 얻었기에 번뇌를 일으키고 잠을 부르는 모든 마음상태를 영원히 깨트릴 수 없다. 그러므로 이것은 정(定)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或有不淸淨故, 名非定地. 謂雖自在隨其所欲, 無 無難, 然唯修得世問定故, 未能永害煩惱隨眠, 諸心心法, 未名爲定,)” 또 한가지는 정(定)의 경계가 청정하지 못한 까닭으로 인하여 정(定)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비록 자유자재하고 마음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만, 일부 수행자들은 출세간정(出世間定)이 아닌 세간정(世間定)을 한다. 여기에서 여러분이 각별히 기억해야 할 점은 기맥을 수련하고 명점(明點)을 관(觀)하는 이런 수행은 모두 세간정이라는 사실이다. 설령 병을 퇴치하고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세간정에 속한다. 세간정은 문학인, 예술인, 무술인 등의 정경(定境)까지도 포함한다. 한편 출세간정은 반야(般若)와 견지(見地)의 면에서 차별이 있다. 다시 말해 세간정(世間定)은 공부일 뿐 견지(見地)를 포함하지 않는다. 이번 강의에서는 무엇이 정(定)이 아닌지를 논해보았다. 실은 비록 비정(非定)의 경계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은 이 만큼도 하지 못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사후에 최소한 육욕천(六欲天)에는 왕생할 수 있으니 이 사바세계에 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락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공부에만 도달해도 사실 상당한 경지라고 본다. 우리는 현재 바른 삼매가 아닌(非正三昧) 경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만큼 문제의 소재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12종의 비정경(非定境) 중에서 누가 그 어느 하나라도 능히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이미 대단한 것이다. 나는 오늘까지 이 정도까지라도 할 수 있는 수행인을 본 적이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정(非定)의 경계는 결코 그것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이 불법의 정수(正受)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즉 보리(菩提)의 바른 정(定)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으니 바로 이 점에 구별이 있는 것이다. 세간정을 닦으면 근본번뇌를 뿌리 끝까지 퇴치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수양공부가 된 사람들은 비교적 번뇌가 적은 정도에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번뇌의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단지 크게 작용하지 않을 뿐 수면번뇌(隨眠煩惱)는 여전히 상존 한다. 수면(隨眠)이라 함은 곧 이 번뇌가 밀착된 채 사람을 미혹하여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51종의 마음자리(心所)에는 20종의 수면번뇌가 있다. 수행이란 이 마음자리를 조사하는 일이다. 결코 정좌하고 앉아 좌선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은 걸핏하면 좌선이 어쩌니 저쩌니 말들 하지만, 좌선이란 그렇게 희귀한 게 없다! 마음자리에 대한 조사가 잘되지 않는다면 수면번뇌는 한가지도 찾아내지 못하고 결국 나중에 가서야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일이 지나간 연후에 비로소 꿈인 줄 알았네, 굽이치는 물결은 파도 가운데로 뒤집혀진 후에야 편편함을 알게되었네.(事於過後方知夢, 浪在波心蒜覺平.)”라고 하였다. 일이란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꿈이었음을 알게된다. 마음으로는 확연하게 파도물결이 휘말리며 구르는 것 같다. 그렇게 근본번뇌는 여전히 상존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은 그토록 청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만이 도(道)의 한가운데 있다고 느끼면서, 남들의 번뇌만을 보고는 자신은 번뇌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옳지 않고 자기는 옳다고 느낀다. 어쨌든 우리는 51종의 마음자리를 잘 확인해 놓고 수행을 이곳에서부터 착수해야 한다. 연후에 다시 오온해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실행해 가야한다(오온은 곧 일념이다). 이래야만이 정(定)을 닦는다고 말할 수 있다. 세간정(世間定)이란 수면번뇌(隨眠煩惱)가 제거되지 않은 정(定)이다. “모든 마음 상태와 마음의 대상(諸心心法)”이라는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일체의 마음에서 생겨난 이러한 번뇌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끊어지지 않는한 정(定)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혹은 일어남이 있으므로 해서 정(定)이라고 하지 않는다. 얻은 바 정(定)에서 비록 물러서지는 않더라도 정(定)에서 나오는 까닭으로 해서 정(定)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或有起故, 名非定地. 謂所得定雖不退失, 然出定故, 不名爲定.)” 여기에서 “일어남(起)”은 무엇을 뜻하는가? 얻은 바의 정(定)은 설령 없어지지 않았다고 느끼지만 사실상 이미 정위(定位)에서 벗어난 뒤다. 다시 말해, 비록 자신이 공의 경계도 매사에 자유자재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득정(得定)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단지 제6의식의 작의(作意)로 이루어진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청정일 따름이다. “제심심소(諸心心所)”의 수면번뇌와 근본번뇌는 다함께 “일어나(起)” 윤회하고 있다. “혹은 물러남(退)이 있는 까닭으로 해서 정(定)이라고 하지 않는다. 얻어진 사마디에서 물러났기에 정(定)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或有退故, 名非定地. 謂退失所得三摩地故, 不名爲定.)” 마지막 구절에서는 가장 근본이 되는 사마디까지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대승의 보살도(菩薩道)는 제8부동지보살이 되어야 비로소 퇴전(退轉)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여, 어떤 이가 사선팔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하더라도 육도윤회로 다시 퇴전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8부동지(不動地)에 이를 수 있는가? 반야와 견지(見地)와 행원(行願)에 의해서다. 복덕(福德)이 원만한 즉 지혜가 원만하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복덕원만이다. 복덕(福德)에 대해서는 정말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말을 하고 나면 아무도 다시 찾아오는 이가 없어 순식간에 적막강산이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불법(佛法)에 속하지 않는 사마디에 초점을 맞추어 언급하였다. (다음 호에 20강 계속) < 수행의 세가지 고비 > 수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지나게 되는 세가지 고비가 있습니다. 그 고비들은 스승의 도움과 그에 따라 고비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수행법의 제시를 통해 지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도움이 없다면, 수행자는 오랜 시간을 들여 헛되이 헤매거나, 설사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한두 고비를 지난다 하더라도 금생에 수행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한가지 에외가 있다면 전생에 스승 밑에서 수행을 했을 경우인데 한 번 한 수행은 몸을 달리 받더라도 다시 회복하기는 쉬우므로 이런 경우에는 스승이 없다 하더라도 전생의 경지까지는 다다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나눈 수행의 단계는 사실은 이러한 고비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가지 고비를 지나게 되면 다른 단계로의 도약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계가 그대로 고비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아무 고비 없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세가지 고비를 단계와 같이 알아봅시다. 첫번째, 상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통과하더라도 아직 행주좌와어묵동정일여에도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수행을 시작하여 강도 있게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만나거나 이에 해당하는 단계를 지나게 됩니다. 이것은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하므로 수많은 수행자가 이 단계에서 좌절하게 됩니다. 두번째, 말할 때의 통과가 있습니다. 이것을 통과하면 그대로 행주좌와어묵동정일여의 단계를 뜻하며 이후의 단계인 몽중일여와 숙면일여는 특별한 고비 없이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24시간이 꿰뚫어져 한순간도 아닌 때가 없는 것이며, 바로 그것이 말할 때를 통과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한 상당히 힘든 단계입니다. 세번째, 내외명철에 이르는 고비입니다. 이것을 통과하면 돈오하여 견성하므로 마지막 고비인 것입니다. 물론 두번째 고비를 통과한 후 숙면일여에 이르르면 그때부터 수행은 저절로 되어지므로 힘든 것은 없지만 스승의 직접적인 도움이 없다면 매우 어려우므로 이때가 스승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게 되는 때입니다. 말할 때의 통과 이후의 설명은 되도록 그 의미를 감추기 위해 명쾌히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유보할 것입니다. 수행의 전체적인 체계를 명확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자신의 단계에서 거리가 먼 단계의 수행을 자세히 들어 그에 대한 상을 세우게 되면, 없는 것을 만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수행을 이끌고 나아가므로 듣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에 다다른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말한 표현 이외의 표현으로 직접 자신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으로 수행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전, 어록이나 다른 수행자의 말을 들어 자신이 되든 안되든 그것을 말할 수도 있으므로 직접 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러한 단계를 다 통과한 것이 아니며 제가 감당할 수 없으신 분은 저의 스승께서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 첫번째 고비 - 상기 > 상기는 수행자가 맞이하는 첫번째 고비입니다. 물론 중생의 삶을 살다가 수행의 길로 처음 들어서는 초발심의 과정도 힘들다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아직 수행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서지 않은 것이므로 수행 중의 고비라고는 말할 수가 없으며 여기에서 말하는 고비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하나 그러한 과정도 쾌락에 젖어서 사는 삶의 큰 물줄기를 청정한 수행의 길로 돌리는 일이므로 수행보다는 애욕에 대한 갈등같은 유치한 주제가 길을 가로막긴 하지만 나름대로 힘들 것입니다. 참고로 수행자가 애욕으로 걷잡을 수 없이 갈등한다거나 하면 그것은 애처롭게 볼 것만이 아니라 정말 수행수준이 낮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멀어도 한참 멀었구나 여기면 됩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중생이 이 길을 알면서도 들어서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 과정도 어렵긴 어려운 일이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상기를 이야기하면 이는 수행의 첫번째 고비이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수행을 해야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상기가 일어났다고 하면 그래도 열심히 한 것만은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상기는 수행이 한참 진전되어 웬만큼 수행에 감을 잡고 본격적으로 수행을 해 나가다 점점 진전되는 것에 몰두하여 과도히 수행을 이끌어갈 무렵 나타나게 됩니다. 수행을 시작한지 최소한 7-8개월 정도 후에 하루 10시간 이상을 수행에 쏟아 부으며 매진할 무렵이며, 수행방법은 느슨한 관법같은 것에서는 거의 이에 다다르기 힘들고 념념상속법과 같은 강도높은 수행에서 나타납니다. 상기의 현상은 우선 가장 첫째로 수행에 반하여 나타난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수행을 하면 할 수록 더욱 더 현상이 악화되며 수행을 쉬면 나아집니다.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에 수많은 수행자가 상기의 벽을 뚫고 나아가지 못하고 경학자가 되어버리거나 아예 길을 바꾸어 버립니다. 상기를 지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도 상기에 타협하여 돌파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하는 것을 돌파한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기의 증상이 사라진 것은 타협하여 수행을 쉰 것이며 돌파하여 상기를 뚫고 나간 것이 아닙니다. 돌파하였을 때는 다른 표현이 있습니다. 육체적인 증상으로는 처음에는 호흡이 안되고 몸이 차가와지고 머리로는 열이 올라가며 어딘가 막힌듯한 증상이 있다가 이를 무시하고 수행을 계속해 나가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며 침이 마르고 몸이 마비되며 목이 붓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일어납니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행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것을 돌파할 수 있습니까? 상기의 원인은 분발심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분발심이 신심과 조화를 이루게 되면 상기라는 부조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수행이 되면 분발심의 정도가 매우 높아져 그저 경전을 읽고 아 정말 불법은 진리의 말씀이구나 하는 정도의 신심으로는 이것을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이때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순수한 신심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이것은 깊은 산속의 절에서 새벽예불을 드릴 때의 경건함과 순수한 마음 같은 신심입니다. 어떻게 이러한 신심을 수행을 하면서 일으킬 수 있을까요? 또한 이러한 신심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상기의 고비를 완전히 돌파하기까지는 몇개월이라는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그 기간 내내 이것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소리듣기 공부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수행을 원래는 마음속으로만 하지만 그것을 소리를 내어 경청하여 들으면서 하게 되면, 또한 이것을 염불과 같은 음에 맞추어 하게 되면, 자신의 마음 속으로부터 모골이 송연한 신심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것으로 분발심과 신심을 조화를 시켜 나가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 상기를 돌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일뿐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은 상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며 상기를 지날 수 있는 제가 아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소리듣기 공부는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며 그 방법은 실제로 하게 되면 익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글만 가지고 하려고 하면 그것은 제가 말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녹음테이프와 같은 것으로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듣고 또한 직접 지도를 받아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직접 상기에 달하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금방 익힐 것입니다. 소리듣기 공부도 상기를 완전히 지나면 필요가 없으며 다른 해결책을 스스로 알게 됩니다. < 두번째 고비 - 말할 때의 통과 > 상기라는 고비를 넘긴다면 수행은 이제 나아갈 준비를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할 것입니다. 여태까지는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헤메면서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조금은 수행의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정진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진을 감당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도 수행이 하루종일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시때때로 자신이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번뇌에 끌려다니며 욕망에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또 다시 수행으로 돌아오고는 합니다. 바로 이때 깨어 있는동안 단 1초도 수행을 망각하지 않는 대분발심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말한 상기의 고비를 넘기는 데에는 대신심이 필요하였지만 이 고비는 바로 대분발심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깨어있는 동안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일어나며 정신력은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솟아난다고 하지만 체력은 어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마모됩니다. 체중이 몇키로씩 빠지며 먹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훨씬 많아 몸을 위해 먹는 것이 고역스럽기까지 합니다. 또한 이제까지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수행에 많은 지장을 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른 시간에는 놓치는 시간이 없지만 잠잘 때와, 깨어 있을 때는 바로 이 말할 때에 망각을 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 큰 방해로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말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수행자는 묵언을 하거나 묵언의 효과가 있는 토굴 등에서 수행을 하게 됩니다. 한가지 밝혀둘 것은 이러한 시기도 되지 않았는데 묵언을 하거나 토굴에 들어가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일 뿐이며 나아가 해를 끼친다는 것입니다. 단계가 안 된 수행자가 토굴에 들어가 수행을 하면 잘해야 잠만 늘거나 못되면 무기에 절어 접신하기 안성맞춤인 것입니다. 또한 일상생활의 번뇌는 그대로 놔두고 말만 안한다고 얼마나 수행이 될 것입니까. 도리어 속으로 망상만 늘릴 뿐입니다. 대신심은 소리듣기 공부를 통해서 일으킬 수 있지만 대분발심은 어떻게 적용할 것입니까. 단계에 이른 사람이 대분발심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그것을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깨어있는 동안 끊임이 없는 공부를 계속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게 됩니다. 바로 이 변화를 알게 되면 수행자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잠시도 놓침이 없이 이어지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것이 이어져 잠잘 때도 공부를 하게 됩니다. 잠잘 때 꿈속에서의 공부를 아는 것은 바로 말할 때의 공부가 어찌 되는가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꿈속에서 공부가 한 두 번 되는 것을 느꼈다고 그것이 몽중일여는 아니며 그것은 아직 잠꼬대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말할 때 이후의 수행은 수행자를 위해서 자세한 것을 밝히지 않으나 바른 법을 밝히기 위해서 많은 말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수행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수행의 정도에 따라 필요한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세번째 고비 - 내외명철 > 수행이 말할 때의 고비를 통과하여 24시간 어느 한 순간도 번뇌에 휩쓸리는 순간이 없다 하더라도 아직 돈오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습니다. 추번뇌는 제거하였더라도 제팔 아뢰야식의 미세망념은 아직 송곳처럼 수행을 뚫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항상하는 아뢰야식을 성품으로 착각하여 돈오를 했다 하면서 수행을 그만두기가 십상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수행을 자신이 되돌이켜 본다면 아직 제거하지 못한 미세망념과 미세무기가 있고 또한 오랫동안 수행을 그만두면 퇴전하는 것을 자각할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정직한 수행자라면 다시 수행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착각을 하면 생각을 고치기가 쉬운 것이 아니기에 많은 수행자가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잘못을 발견하곤 해 왔던 것입니다. 설사 불퇴전의 경지인 숙면일여를 넘어섰다 하더라도 어찌하여 남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않을 것입니까. 그러나 이 마지막 고비는 스승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앞의 두 고비가 대신심과 대분발심을 각각 이용하여 넘어설 수 있다면 이 고비는 바로 대의심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그러나 이 대의심은 스승이 기연에 의해 돈발시켜주는 것입니다. 또한 마지막 줄탁치기에 해당하는 거의 돈오에 이른 수행자를 단번에 내외명철하여 돈오함으로 이끄는 것도 바로 스승의 역할인 것입니다. 화두는 이 때에 나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써온 념념상속법과 같은 수행법은 추번뇌정도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더욱 깊은 삼매로 들어가기에 적합치 않아 미세망념을 제거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추번뇌조차 제거 못한 수행자라면 화두는 의미가 없지만 이 때는 대의심으로 깊은 삼매를 추구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화두의 심법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장좌불와 또한 이때 필요한 것입니다. 화두는 그 성격상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없으며, 이 때의 삼매는 밥을 먹다가도 밥숫가락을 든 채 삼매에 들 만큼 깊은 삼매이므로 좌선수행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또한 그 수행 또한 잠을 자거나 깨어 있거나 일을 하거나 놀거나 어느 때에도 한 순간도 망각함이 없으나 내외명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24시간의 좌선수행이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이때의 장좌불와는 저절로 되는 것이므로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느 때나 삼매에 들어 있으므로 몸만 좌선이라는 편한 자세를 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때에 이르지 않은 장좌불와는 오히려 정체함만을 만들 뿐입니다. 많은 경전에 이를 경계하여 오지 않았습니까. 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이 가지 않는 몸만 다그쳐 장좌불와를 한다고 수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체함이 무기를 부추켜 많은 경우 접신하거나 무기에 절은 중생을 만들 뿐입니다. 사실 스승이 있다 하더라도 스승과의 인연이 맞지 않거나 하다면 숙면일여까지는 이를 수 있다 하더라도 내외명철하여 돈오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조스님의 휘하에서도 80여명의 선지식이 있었지만 정작 돈오한 사람은 두셋에 불과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숙면일여에 이른 수행자라면 다음 생에서도 그 수행을 쉽게 회복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견성 성불할 것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