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小白山은 영남의 진산鎭山으로, 본디 해동海東의 명산이다. 용문사는 소백산의 산록山麓에 있으니 신라의 고찰古刹로서 예천군 북쪽으로 30리 떨어져 있다. 세상에 전하길, 신라의 고승 두운杜雲스님이 이 산에 들어와 용을 몰아내고 못을 메운 뒤 초암草庵을 짓고 살았다 한다. 고려 태조가 일찍이 남정南征하면서 이곳을 지나다가 두운스님의 고명高名을 듣고 골짜기로 들어와 방문하였다. 동구에 이르렀을 때 홀연히 진짜 용이 바위 위에서 마중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산 이름을)용문산龍門山이라고 이름지었다 한다. 이 이야기는『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실려있는데, 예전 두운암杜雲庵이라고 하던 것이 지금의 용문사이다.
고려 중엽에 이르러서 여러 가지 신령스런 이적異蹟이 있었다. 조응祖膺∙자엄資嚴 두 대사大師는 바로 두운스님의 제자인데, 고려 조정에서 칙령勅令을 내려 세조稅租를 공급하여 옥우屋宇를 수리한 것 또한 여러 차례였다. 계사癸巳년의 난리가 일어나자 삼만승재三萬僧齋를 베풀어 7일 동안 법회法會를 올리고, 윤장대輪莊大 2좌座를 설치하여 하루 네 번 돌리며 지기地氣를 눌러주니 국난國難이 마침내 그쳤다. 갑오甲午년의 난리가 일어났을 때에는 일만승재一萬僧齋를 베풀자 남쪽의 도적들이 평정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모두 고려 때 보문각 한림학사 지제고寶文閣翰林學士知制誥로서 자금어대紫金魚袋를 하사받은 이지명(1127~1191)이 임금의 명을 받아 서술한 것으로서 지금 그 비석이 구민암龜珉菴 앞에 있다. 그 비문碑文 가운데 이른바 이 절의 세 가지 기이한 일이라는 것은, 곧 고려 태조가 두운스님을 방문할 때 진짜 용이
마중나온 것이 그 하나요, 처음 절의 터를 닦을 때 옛 들보 위에서 무게 16냥兩짜리 은병銀甁을 홀연히 얻게
된 것이 그 둘째요, 도량 남쪽의 청석탑靑石塔에 사리舍利를 안치할 때 잠시 오색 구름이 서리어 에워싼 것이 그 세 번째이다.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1420~1488), 이재 조우인曺友仁(1561~1625)이 모두 오언율시를
남겨 빼어남을 기록하였고, 청풍淸風 정윤목鄭允穆(1571~1629)은 고시古詩 한 편篇으로 기문이사奇聞異事를 남김없이 그려내었다.
우리 조선조에 이르러 소헌왕후昭憲王后의 태실胎室을 봉안하고 성화成化 14년(1478) 11월 12일 비碑를
세웠으며, 세조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전지傳旨를 내려 이르길 “경상도 예천의 용문사는 감사監司와 수령守令에게 이미 전지傳旨 한대로 더욱 살펴 한층 완호完護하고 잡역雜役을 영구히 없애줄 것” 이라 하였으니, 천순天順 원년元年(1457)에 (전지를) 삼가 받자와 지금까지 보배로이 갈무리하고 있다. 그 뒤 (용문사는) 인빈궁仁嬪宮의 원당願堂이 되었으며, 건륭乾隆 48년 계묘癸卯(1783) 9월 초엿새에는 문효세자文孝世子의 태실을 봉안하였다.
무릇 이 절은 신라와 고려 이래로 이미 신령스런 이적의 영험이 있었고 누차 국난을 구하였다. 우리 조선조에 들어서는 두 차례나 태실을 봉안하였고 후궁後宮의 원당이 되었으니, 큰 산에 신이 내려 오랠수록 신령스러우련만 앞서 간 선배의 용문사를 읊은 시 가운데 이른바 “절은 커서 수백 칸[大刹數百間] 남은 스님 서넛뿐[殘僧三四已] 한때 융성하던 자취[盛跡卽一時] 오늘도 물을 따라 흐르네[于今付流水]”라는 몇 구절은 이런 가운데 흥망성쇠에 대한 감상을 없을 수 없게 할 따름이다.
이 고을의 옛 이름은 ‘보주甫州’이며,‘ 기양基陽’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예천’이 되었다. 절은 예전에는‘창기사昌期寺’라고 불리웠는데, 지금도 절의 누각에는 편액扁額이 여전히 남아있다.
용문사사적 불용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