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자나불 왼쪽[向右]에 봉안된 약사불은 조선후기 제작된 정형적인 불상에 비하여 머리가 크고, 상반신에 비하여 하반신이 넓다. 약사불좌상은 얼굴을 약간 앞으로 숙인 자세를 취하고, 타원형의 얼굴에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 간 눈, 원통형의 높은 코, 두툼한 입술 등을 가지고 있다. 머리에는 소라모양의 나발이 촘촘하고, 지혜를 상징하는 육계가 낮게 솟아 있으며, 이마 위에 타원형의 중앙계주와 정수리 부분에 원통형의 정상계주가 표현되었다. 수인手印은 양손을 배 앞에서 모은 선정인禪定印을 취하고, 그 위에 꼭지가 달린 약합藥盒을들고있다.
착의법은 양 어깨에 걸친 대의자락이 수직으로 내려와 맞잡은 손 뒤쪽으로 들어가고, 하반신을 덮은 대의 자락이 배 부분에서 앞치마를 두른 듯 길게 늘어져 있다.불상의 뒷면은 목 부분에 대의 자락을 두르고 있지만, 통견으로 법의를 입어 양 겨드랑이에 수직으로 옷주름이 접힌 표현만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하반신에 앞치마 같이 대의가 늘어진 형식은 1468년 순천 석탑에서 발견된 금동아미타삼존불좌상이나 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광주 극락사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몇 구의 불상에서만 보이는 대의 처리이다. 현재까지 17세기이후에 제작된 불상 가운데 이러한 대의 처리는 조사된 예가 없어 16세기 불상의 한 유형일 것으로 추정된다.(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