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명부전을 개채 단청한 기문 무릇 부처님을 도와 교화를 드날리고 원돈圓頓의 종승宗乘을3) 오탁세계五濁世界에4) 천명하는 것은 불제자佛弟子의 할 일 가운데 큰 것이며 중생에게 이익됨 또한 큰 것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이 이르길"듣기만 하고 믿지 않아도 오히려 부처가 될 씨앗의 인연을 맺는 것이며, 인丙寅년(1866)에 본사本寺(용문사)에 강사講肆를 설립하고 화상(용호스님)을7) 청해 강당講堂을 열었다. 이에 사방 먼 곳에서 가르침을 얻으려는 무리들이 구름처럼 찾아들고 안개처럼 에워싸니 흐려졌던 우리 동방의 불일佛日이 빛을 더하게 되었더니, 한 해 뒤 마침내 불자拂子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8) 물러나 선정禪定을 닦았다. 그러자 마장魔障이9) 그 틈을 엿보아 강좌講座가 기울게 되니, 화상(용호스님)이 친히 멀고 가까운 곳에서 모연募緣하여 이지러진 곳은 보완하고 물러난 곳은 바로잡아 예전처럼 안정을 이룬 뒤에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광서光緖10년 갑신甲申(1884)에 절의 각 법당에 있는 탱화幀畵, 나한상羅漢像10), 명부冥府시왕상十王像과 사천왕四天王소상塑像들이 채색한 지 오래되어 어둡게 변색되고 빛을 잃게 되자, 화상은 서울과 지방을 오가면서 별을 헤치고 달빛을 머리에 받으며11) 부지런히 일해 몇 년을 경영하여 장엄함을 모두 갖추게 하였다. 또 절의 각 법당과 요사寮舍들이 비가 새며 낡고 기울어지자 화상은 몸을 돌보지 않고 수고로움을 잊은 채 분주히 힘을써 기와를 구워 지붕을 덮었다. 이 두 가지 일은 운구∙범운梵雲 두 스님이 안팎으로 주선하였으며, 또 선허船虛∙환명幻溟∙초우初愚등 여러 스님들이 많은 수고를 했다고 한다. 크도다, 부처님 도량道場을 열어 무너진 기강을 바로잡음은 배우는 이들에게 베푸는 덕이 큰 것이요, 불상에 칠을 하고 성구聖軀를12) 장식함은 부처님을 받드는 정성이 돈독한 것이요, 기와를 만들어 건물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절을 돕는 공로가 지극한 것이다. 그런데 정성과 공로는 간혹 세상에서 볼 수 있지만 덕을 베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이제 기문記文을 짓는 일이 화상의 뜻에 전혀 맞지 않겠으나 또한 화상으로서는 피치 못할 일이므로 이렇게 기문을 쓰는 바이다. 광서光緖10년갑신甲申(1884) 가을 일우一愚쓰다.
용문사 명부전 개채여 단확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