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용문사 극락암 법당에 봉안하기 위해 1812년 10월 후불탱으로 조성된 것이다. 용문사의 부속암자인 극락암에 불구佛具를 갖추기 위해 신도들이 등촉계燈燭契를 만들었는데, 그 계원들의 후원으로 조성되었다. 화기의 박락이 심하여 알아보기 힘들지만 새롭게 발견된 발원문에 의하면 정민定敏이라는 화승이 법심法心, 유심有心, 양신信, 지욱志昱등의 화승과 함께 그렸다. 화사 중에는 오광필吳光必, 신손이辛孫伊, 박귀암朴貴岩등 일반인의 이름도 보인다. 19세기 전반 불화를 조성할 때는 민간인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감지할 수있다. 가로로 긴 화면에 결가부좌한 주존불을 중앙에 배치하고 양옆으로 8대보살을 배치하였다. 맨 앞열에는 사천 왕四天王중 이천왕二天王이 호법 자세를 취하고 있고, 주존불 뒤로 총명한 모습의 아난阿難과 연륜이 느껴지는 가섭迦이 합장하고 있다. 아난∙가섭의 옆으로 6명의 비구가 설법을 들으려는 듯 부처님을 향하고 있다.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주존은 오른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아 항마촉지인을 한 것처럼 보여 자칫 석가모니불로 오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후불탱이 서방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극락암에 봉안되었고 8위位의 보살이 협시로 등장하여 아미타불의 설법회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아미타계열의 불화 중 아미타팔대보살도는 고려시대부터 유행했던 대표적인 유형이다. 옆으로 긴 화면에 아미타불과 원형 보대寶臺위의 두 보살이 삼각형 구도를 이루고, 좌우 대칭을 의도한 듯 권속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해 화면에 안정감을 준다. 이 불화의 전체적인 색조는 주홍색이며 청색은 거의 배제되었다. 이처럼 불화를 그릴 때는 특정 안료를 쓰지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료의 공급과 관련있다. 19세기 전반까지는 청색 안료가 적극적으로 쓰이지 않았는데 그만큼 귀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이 되면 법의는 물론 천공天空에 이르기까지 밝은 색의 청색을 남용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서는 주색 다음으로 녹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불∙보살의 두광에 올려진 녹색은 입자가 굵은 삼록계통을 일부러 구워 쓴 듯 두텁고 진하게 올려져 있다. 극락암 후불탱은 안정된 구도에 주색과녹색톤을 약간 어둡게 해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을 주며 소규모 암자같은 작은 법당에 참선이나 개인용 예불화로 봉안되었던 불화로서 그 용도에 맞게 충실히 그려진 작품이다.(禧)
극락암 후불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