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사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봉선사의 말사로서 언제 창건되었는지 알 수 없다.『 봉선사본말사지奉先寺本末寺誌』에 의하면 조선전기에는 있었다고 한다. 광해군 11년(1619)에 중국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가져와 이듬해 5월 광해군이 왕세자의 건강과 부처의 가호를 빌며 석가법인탑釋迦法印塔과 부도암浮圖庵을 세우게 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17세기에는 왕실 원찰이었던 것 같다. 이후 영조 41년(1765) 금강산에서 수도하던 풍암대사楓 巖大師(16951766)가 이곳에 들러 석가법인탑이 낡은 것을 보고 왕실의 시주를 받아 중수하였다고 한다. 19 세기에도 봉인사는 지속적으로 왕실의 원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듯, 봉인사 부도암 신중탱도 상궁尙宮홍 씨洪氏, 문씨文氏, 최씨崔氏등 왕실여인들의 개인적인 발원으로 이루어졌다. 고종 24년(1887)에는 왕실에서 향 과 촛대를 시주하였는데, 이 때 대웅전 안에 설치한 황촉등黃燭燈에서 불이나 대웅전을 비롯한 응진전, 시왕전 등이 소실되었다고 전한다. 이 불화가 언제, 어떠한 연유로 용문사에 보관되었는지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으나 1887년의 화재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서 결국 용문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봉인사 부도암 신중탱은 조선말기의 유명한 화승이었던 경선당 응석慶善堂應釋이 단독으로 제작하였다. 응석은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승려로 19세기 말 한성 인근의 왕실 원당사찰을 중심으로 60여점 이상의 작품을 그렸던 영향력 있는 화사였다. 응석은 당시 유행했던 화풍을 적극 수용하면서 화면의 구성이나 인물의 표현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회사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의 성향은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응석은 이 신중탱에서 동시대의 다른 신중탱과 달리 예적금강穢跡金剛을 중심으로 한 명왕의 무리를 가로로 삼등분하여 중앙에 과감히 배치하였다. 화면의 왼편에는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을 위시하여 아름다운 천녀들이 천상임을 암시하듯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그 반대편에는 보검을 가로 쥐고 갑옷과 투구를 쓰고 있는 위태천韋天과 여러 무장상들이 배치되어 있다. 명왕중明王衆과 제석帝釋∙범천중梵天衆, 위태천중韋天衆을 같은 비중으로 두면서 명왕중을 중앙에 배치해 다른 천중보다 우위에 두는 파격적인 구성은 불교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1827년 장성 백양산 운문암에서 백파 긍선白坡亘璇(1767~1852)이라는 유명한 선사가『작법귀감作法鑑』이라는 의식집을 편찬하였다. 이 의식집에 수록된「신중작법神衆作法」에는 신중의 위계를 3단으로 정리하였는데 예적금강을 가장 높은 지위에 놓았다. 예적금강은 19세기 전반 신중탱에서 등장하기 시작하지만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불화의 예적금강은 머리에 해골로 된 머리띠를 두르고 입을 벌려 위아래의 긴 송곳니를 드러내며, 각종 지물을 든 여섯 개의 팔과 몸 뒤에서 타오르는 화염광배를 든 명왕다운 면모를 처음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8금강과 2보살이 호위중으로 표현되어 의식집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의식에 근거하여 신중탱의 화면을 새롭게 구성한 것은 경선당 응석의 탁월한 창의성과 화사로서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신중탱 상단에는 3개의 복장낭이 걸려있다. 이 중 가운데에 걸려 있던 복장낭에는 상궁이 발원한 내용이 언문으로 적혀 있으며, 복장남에서는 각종 다라니와 약초,금과 은 등이 나왔다.(禧)
봉인사 부도암 신중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