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릇 이미 법당이 있어서 만 가지 덕을 갖춘 존상尊相을 봉안하였으니 향각香閣이 없을 수 없고, 또 불량佛粮이 없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날 향각과 불량이 있어서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세월이 오래 흐르다 보니 위로는 비가 새고 옆으로는 바람에 씻겨 향각은 거의 없어질 지경이 되었으며, 스님네는 흩어지고 절은 피폐하여 앞에서 빼앗기고 뒤에서 깎여 불량 또한 부처님을 받드는 도리를 다할 수 없게 되었으니 어찌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는가.근자에 영파影波스님의 문손門孫되는 황악黃岳스님이 있는데, 본디 염불하는 분이다. 개연히 이 두 가지 일(향각과 불량)이 결여되어 있음을 탄식하면서 정사丁巳년(1857)에 단지 절에서 구걸하여 모은 곡식과 논 마지기를 싼 값에 판 돈불과100금金남짓으로 갖은 고생을 하며 향각을 이룩하였으니, 이는 가히 까치가 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짓는 것과 같다 이를 것이다. 또 무오戊午년(1858)에는 우리 군郡동쪽 고평高坪의 정씨 문중 의령부인이 아들 없이 딸만 하나임으로 불공을 드린 뒤에 스님에게“대사님의 뜻대로 아무 곳에나 쓰십시오”라고 하며 10냥兩을내놓았다. (스님은) 그것을 받아 대그릇[籠]에 넣어두었다가 도둑을 맞고는 자신에게 이르길“본래 온 곳으로 돌려보냄만 못하리라.”하고는 부인에게 돌려드리니, 부인은“이미 허한 물건을 어찌 다시 취할 수 있으리오?”하면서 스님에게 돌려보냈다. 스님은 3년간의 이자를 합해 20냥을 동∙서의 계에 내놓았다. 갑자甲子년(1864) 봄에 이르러 50민緡으로 논 네 마지기와 밭 세마지기를 사들여 불량답佛粮畓을 만들었으니, 이 또한 가히 벌이 꽃가루를 날라다 꿀을 만드는 것과 같다 하겠다. 그리하여 어느덧 두 가지 일이 구족하게 되어 위로는 네 가지 소중한 은혜를 갚고 아래로는 삼도三途의 고통을 구제하게 되었으니, 이와 같은 불사佛事를 어찌 가만히 숨겨두고 드러내지 않겠는가? 이에 그것을 기록하고 전하여서 날마다 축원케 하는 바이다. 동치同治3년 갑자甲子(1864) 11월 일 은허 윤열隱虛允悅삼가쓰다. |
금당 기일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