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상탱은 석가모니의 일생에서 중요한 행적을 여덟 장면으로 그린 불화이다. 현재 국내에는 20여점의 팔상탱이 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용문사 팔상탱은 조선후기 팔상탱 중 제작시기가 가장 앞선다. 용문사 팔상탱은 경성에 거주했던 명월사당明月舍堂묘정妙淨발원으로 천불탱과 함께 1709년에 조성되었다. 화기에는 봉안처가 적혀 있지 않지만, 팔상탱이 주불전이나 석가신앙과 관련된 전각에 봉안되는 점으로 보아 1636년 건립된 보광명전에 현괘懸掛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팔상탱은 총 4폭이며, 첫 번째 폭에는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과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두 번째 폭에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과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세 번째 폭에는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과 수하항마상樹下�魔相, 마지막 폭에는 녹원전법상�苑轉法相과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이 그려져 있다. 각 폭의 내용은『월인석보月印釋譜』(1459)에 수록된 가로의 팔상판화를 세로로 재구성한 것이다. 용문사 팔상탱은『월인석보』의 팔상을 근거하기에『석씨원류응화사적釋氏原流應化事蹟』에 의거한 조선후기의 다른 팔상탱보다 표현과 구성이 명료하고 단순하다. 일부이지만 설산수도상에는『석씨원류응화사적』차익환궁 도상이 그려지기도 하였다. 용문사 팔상탱의 화면은 바탕을 연한 황토색으로 깔고 홍색, 양록을 주조색으로 사용하면서 구름을 분홍, 노랑, 연두로 처리해 전체적인 색감이 밝고 경쾌하다. 용문사 팔상탱의 각 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솔래의상의 상단에는 둥근 광배 안에 흰 코끼리를 탄 호명보살이 있다. 수많은 보살들이 호명보살을 에워싸고, 동자와 천녀는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이들을 마야부인에게 인도하고 있다. 상단에서 이어지는 서기의 꼬리는 궁전 안에 비스듬히 앉아 잠이 든 마야부인에게 이어져 있어 마야부인의 태몽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비람강생상에는 태자가 태어날 때 있었던 4가지의 일들이 시계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전개되어 있다. 태자가 태어난 룸비니동산의 신성성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사방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으며, 그 너머 신장들이 외호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는 마야부인이 무우수無憂樹가지를 붙잡자 오른쪽 옆구리로 태자가 태어나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태자가 사방에 일곱 걸음을 옮기자 발 아래로 연꽃이 피어 오르고, 오른손을 들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치는 태자의 모습이 있다. 그 왼편에는 마야부인과 유모 품에 안겨있는 태자를 향해 사천왕이 옷을 헌납하는 모습과 땅에서4개의 연못이 솟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화면 왼쪽과 상단에는 하늘 가득 아홉 용이 몰려와 태자를 목욕시키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사문유관상은 동서남북의 성문을 나선 태자가 생로병사의 고통을 직면하고 사문을 통해 이를 초월할 수 있는방법을 듣게 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화면 중앙에는 성문인 전각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흰색 테두리가 굵게 그려진 구름을 경계 삼아 4장면으로 나뉜다. 이야기는 하단부터 동→남→서→북 순으로 전개된다. 동문에서 백발노인을 만나 늙음을 알게 된 태자가 남문에서는 병든 사람을 보고 고통을 인식하게 되고, 서문에서 본 장례 행렬에서 죽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북문을 나선 태자는 수행자를 만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다는 것이다. 유성출가상은 태자가 성을 넘어 출가하는 내용이다. 화면 하단 왼쪽에는 성 안의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고, 오른쪽에는 태자의 명을 받은 마부 차익이 태자의 말인 건척을 데려오고 있으며 주변에는 불을 밝힌 천인과 사천왕이 기다리고 있다. 말을 탄 태자가 제석천∙범천과 사천왕의 호위를 받으며 높은 성을 넘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상단에 그려져 있다. 태자가 성을 나가는 장면에는 차익이 천인의 손을 붙잡고 따라 나서는 모습도 함께 표현되어 있다. 전각 좌우에 대칭되게 걸렸을 이 두 폭에서 비람강생상과 사문출가상은 시계 방향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도솔래의상과 유성출가상을 하강과 상승의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설산수도상은 설산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의 사건을 상단에 배치하고, 궁에서 일어난 상황을 하단에 배치하였다. 화면 중앙 오른쪽에는 성을 나와 숲에 들어간 태자가 출가하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칼로 머리카락을 자르자 이를 제석이 받아드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그 왼편에 차익을 궁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이 있다. 궁에 돌아온 차익이 태자의 양모인 이모와 부인 아쇼다라에게 태자의 출가를 아뢰는 장면은 하단에 표현되어 있다. 상단 맨 위에는 설산에서 6년간 고행하는 태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수하항마상은 보리수 아래서 수행하던 태자가 마귀를 항복시키고 성도하는 내용이다. 보리수 아래에서 태자가 가부좌를 하고 깊이 사유하자 정수리에서 오불이 나투는 큰 광명이 나고, 이 광명이 마왕의 궁전에 미치자 파순이 마군을 보내는 장면이 상단 왼쪽에 그려져있다. 하단에는 태자가 마군의 공격을 막는 모습과 태자 앞에 있는 물병을 잡아당기는 마군의 모습이 표현되었다. 그리고 태자의 정수리에서 나온 또 다른 빛이 확탕지옥을 비추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는 파순이 지옥의 형벌도구를 가지고 공격하려 하자 백호를 들어 지옥의 죄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태자옆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인물과 원숭이는 태자가 지혜의 힘으로 땅을 진동시키자 마왕과 마군이 거꾸로 떨어졌다는 내용을 나타낸다. 오른쪽 상단에는 마군의 항복을 받은 후 세존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표현한 항마상이 있다. 녹원전법상에는 석가가 깨달은 직후에 설한 화엄대법과 첫 설법인 녹원전법이 그려져 있다. 설대화엄전법 장면에는 노사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들과 사천왕이 둥글게 모여 있고 그 앞에 보살과 천자가 앉아 있다. 녹원전법은 석가가 녹야원에서 가서 교진여를 포함한 다섯 비구에게 첫 설법을 하는 장면이다. 석가모니불과 협시인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함께 자리하고 있으며, 그 옆에 제석천과 범천이 서 있고, 이들 앞에 다섯 명의 비구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조선후기 팔상탱에서 쌍림열반상은 열반 장면∙석가가 가섭에게 발을 보이는 장면∙다비장면∙여덟 왕이 사리를 나누는 장면 등이 등장하지만, 용문사 팔상탱에는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든 석가를 중심으로 보살들과 제자들이 애도하는 장면만 그려져 있다. 관대棺臺위에 석가가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옆으로 누워 열반에 들었으며, 열반한 석가 주위에는 슬픔에 가득 찬 보살과 제자들을 포함한 여러 성중들이 모여 있다. 사라쌍수는 두 가지를 구부려 하나 된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화면 상단에는 석가가 열반에 들자 하늘에서 마야부인이 내려오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용문사 팔상탱을 조성한 화사는 도문道文, 설잠雪岑, 계순戒淳, 해영海英등이다. 이들은 1710년 봉정사 괘불 조성 때에도 함께 작업을 하였는데, 각종 채색과 비단 대시주자로 용문사 괘불탱의 발원자인 명월사당 묘정이 참여하였다.(胤)
팔상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