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명부전에 봉안되었던 시왕탱과 사자탱이다. 〈용문사명부전개채여단확기龍門寺冥府殿改彩與丹記>에 의하면 1884년에 강백인 용호해주龍湖海珠가 서울과 예천을 오가며 시주를 모아 용문사의 불상과 불화를 개채 하고 새로 조성하였다. 시왕탱과 사자탱은 이때 제작되었던 불화 가운데 일부이다. 당시 용문사 불사에는 상궁이 시주자로 적극 참여하였으며, 명부전의 시왕탱은 상궁 천씨 보전화千氏寶殿華의 단독 시주로 이루어졌다. 시왕탱과 사자탱은 명부전 북벽, 동벽, 서벽에 현괘되었는데. 4폭의 시왕탱 중 제1 진광대왕秦廣大王, 제3 송 제대왕宋帝大王, 제5 염라대왕閻羅大王이 그려진 1폭과 제2 초강대왕初江大王, 제4 오관대왕五官大王, 제6 변성 대왕變成大王이 그려진 1폭은 정면인 북벽 좌우에 걸려 있었으며, 제7 태산대왕泰山大王, 제9 도시대왕都市大王 이 그려진 1폭은 동벽, 그리고 제8 평등대왕平等大王, 제10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이 그려진 1폭은 서벽에 걸렸다. 각 장면에는 죽어서 만난 10명의 대왕이 심판하는 장면과 그들이 관할하는 지옥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시왕과 지옥에서의 심판은『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에 근거하지만 시왕탱마다 일정하지 않다. 용문사 시왕탱에 표현된 지옥의 형법장면은 다음과 같으며, 제10 오도전륜대왕에서는 다른 시왕탱과 마찬가지로 육도중생으로 환생하는 장면이 표현되었다.
제1
진광대왕
鉅解地獄
제2
초강대왕
寒氷地獄
제3
송제대왕
壓石地獄
제4
오관대왕
劍樹地獄
제5
염라대왕
釗確地獄
제6
변성대왕
鑊湯地獄
제7
태산대왕
拔舌地獄
제8
평등대왕
拔腸地獄
제9
도시대왕
釘身地獄
제10
오도전륜대왕
六道衆生윤輪廻昇沈
용문사 시왕탱의 형식은 구름을 경계로 상단에 심판장면을 하단에 지옥장면을 배치하는 이분적인 구성과 다르게 심판장면과 지옥장면을 하나로 표현하고 주위에 성곽과 자연경관을 배치하였다. 심판장면과 지옥장면을 성곽으로 구획하는 표현법은 고양주 흥국사 시왕탱(1792) 이후 파주 보광사 시왕탱(1872), 화계사 시왕탱(1878), 흥천사 시왕탱(1885) 등 19세기 후반 서울∙경기도에서 조성된 시왕탱에서 볼 수 있다. 용문사 시왕탱은 19세기 후반 서울∙경기도에서 유행한 시왕탱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성곽을 위∙아래 배치하고 그 안에 심판장면과 지옥장면을 그려 성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처럼 묘사하였다. 구성뿐만 아니라 각 존상의 표현도 독창적이다. 대왕 앞에 있던 서안書案이 사라지면서 대왕의 위엄성과 엄정함이 다소 감소되었는데 이를 의식한 듯 대왕에 두광을 표현하였고, 시녀들이 든 당과 번들도 화려해졌으며 특히 권속들은 대왕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되었다. 대왕을 비롯해 판관, 시녀, 시동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분주하게 활동하는 모습으로 묘사된 점은 다른 시왕탱에서 볼 수 없고 19세기 현왕탱에서 보이는 표현이다. 시왕탱 가장자리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오는 직부사자直符使者와 감재사자監齋使者를 그린 사자탱이 걸린다. 각기 백마와 흑마의 고삐를 바짝 쥔 사자 앞에는 명부를 지키는 두장군이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용문사 사자탱은 화기가 없으나 시왕탱을 그린 화승이 제작한 것이다. 용문사 시왕탱을 조성한 화승은 19세기 후반 서울∙경기도에서 활동한 금화 기형錦華機炯, 대허 체훈大虛體訓, 긍법肯法등이다. 1884년 불사 때 용문사는 서울의 상궁들의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화승에게 불화제작을 의뢰하였다. 이로 인해 용문사에는 서울∙경기도에서 볼 수 있는 불화들이 대거 제작되었으며 이때 경상도에 활동하던 하은 응상과의 교류도 이루어졌다. 서울개운사 시왕탱은 용문사 시왕탱에서 배경을 성곽으로 표현한 것을 제외하면 동일한 초본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화기가 없어 제작시기와 화사를 알 수 없지만 개운사 시왕탱 역시 용문사 시왕탱을 조성한 화사들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胤)
명부전 시왕탱 ∙ 사자탱 
